[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꽃 이름을 물었네 ― 길상호(1973∼) [동아/ 2021-02-20] 꽃 이름을 물었네 ― 길상호(1973∼) 이건 무슨 꽃이야? 꽃 이름을 물으면 엄마는 내 손바닥에 구멍을 파고 꽃씨를 하나씩 묻어 주었네 봄맞이꽃, 달개비, 고마리, 각시붓꽃, 쑥부쟁이 그러나 계절이 몇 번씩 지나고 나도 손에선 꽃 한 송이 피지 않았네 지문을 다 갈아엎고 싶던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다시 꽃 이름을 물어오네 그제야 다 시든 꽃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그 이름이 궁금했네 엄마는 무슨 꽃이야? 그녀는 젖은 눈동자 하나를 또 나의 손에 꼭 쥐어주었네 예전에는 가정이 출발점이라고 했다. 가정이 모여 공동체가 되고, 공동체가 모여서 세계가 된다고. 그러니까 가정은 씨앗 같은 거였다. 그걸 통해 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