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기억하는가 - 최승자 (崔勝子 1952∼) [조선/ 2021.04.26] 기억하는가 - 최승자 (崔勝子 1952∼) 기억하는가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 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는 처참하게 부서진 가슴에서 나온다. “환희처럼 슬픔처럼”이라고 최승자 시인이 썼듯이 사랑의 환희 속에 이별의 예감 혹은 두려움이 1g은 들어있지 않나? 최승자의 어떤 시는 내게 충격이었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개 같은 가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일찌기 나는’) 여자 냄새가 나지 않는, 여성스러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