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그 겨울의 시 ― 박노해(1957∼) [동아/ 2020-11-14] 그 겨울의 시 ― 박노해(1957∼)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11월, 밤이 길어지는 계절은 고민도 생각도 길어지라고 생겨났는가 싶다. 사는 게 어쩜 이리 어려울까. 대체 어째야 잘사는 건지. 어린 자식 살피기도 하루하루 어렵고, 어리지도 않은 내 마음 살피기는 더 어렵다. 손발이 묶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