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귤 한 개 ― 박경용(1940∼ ) [동아/ 2021-01-16] 귤 한 개 ― 박경용(1940∼ ) 귤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 짜릿하고 향깃한 냄새로 물들이고, 양지짝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 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 노트북을 새로 샀다. 옛날에 샀던 것보다 속도는 빨라졌는데 가격은 싸졌다. 의외로 씁쓸하다. 노트북의 노선은 일종의 상징이다. 시대는 사람에게도 노트북과 같은 변화를 기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터에서도 업무 효율은 더 높아지고 노동가치는 더 내려갈 것이다. 이미 바쁘지만 우리는 앞으로 더욱 바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 개발된 노트북이 아니다. 더 많은 업무를 더욱 빨리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