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곧은 길 가려거든 - 최치원 (崔致遠·857∼?) [조선/ 2021.02.08] 곧은 길 가려거든 - 최치원 (崔致遠·857∼?) 어려운 때 정좌(正坐)한 채 장부 못 됨을 한탄하나니 나쁜 세상 만난 걸 어찌하겠소. 모두들 봄 꾀꼬리의 고운 소리만 사랑하고 가을 매 거친 영혼은 싫어들 하오. 세파 속을 헤매면 웃음거리 될 뿐 곧은 길 가려거든 어리석어야 하지요. 장한 뜻 세운들 얻다 말하고 세상 사람 상대해서 무엇 하겠소. (김수영 옮김) 어려서 당나라로 유학 갔던 최치원이 25세에 쓴 시. 낯선 땅에서 얼마나 요지경 험한 꼴을 봤으면 이런 시가 나왔을까. “봄 꾀꼬리”와 “가을 매”의 대비가 절묘하다. 스물다섯 살이면 한창 봄인데, 그대는 어이해 가을 매의 서러운 노래 부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