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묻는다 - 김수호 (1940~ )
형제나 진배없는 친구가
머뭇머뭇 입을 연다
부모가 대준 학비로 공부 마친 뒤
어미가 취직 시켜 아우는 밥시중들게 하고
아비가 짝 찾아 줘 결혼까지 했으면서
외아들인 아비 세상 뜨자, 제 새끼 먼저 챙기느라
홀어미며 어린 아우들은 뒷전일 뿐이고,
조부모 집 밭 팔아 제 집 마련하고
일제 장사 치맛자락에 말려 덮어쓴 게 얼마인지
아비가 평생 일군 가업마저 아작내더니
건넛섬 바닥까지 개같이 핥으며
어미가 생전에 챙기던 막내 몫도 가로채고,
아비 등뒤에 숨어 총 한 번 만진 적 없이
고관급 연금으로 나랏돈 축내면서
아비의 항일 후유증에 서른 해 넘게 빨대 꽂은 채
집안엔 흙 한줌 보탠 것 없는 화상이
따지는 아우한테 의절하자, 배 째라 하니...
내게 그 친구가 묻는다,
이게 사람이냐고!
내가 되묻는다,
지금 기생충 얘기하냐고.
(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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