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 김수호 (1940~ )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열매 맺어 씨 뿌리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라
샘물도 말려 버린 지난 폭염에도
천지를 휩쓸듯한 비바람에도 견디지 않더냐
더듬는 손길을 가시로 막고
손댈 의지를 아예 악취로 지우거나
꺾을 새도 없이 깜빡 피었다 져 버리는
이러한 안간 모습은 또 어떻고
대들지도 않고 우는 소리도 없다고
예쁜 꽃을 꺾어 꽃꽂이를 하면
아무리 곱고 향기로운들 그건 생기가 아니고
생명의 탈을 씌운 주검일 뿐인 걸
반려동물 다루듯 어미 같은 눈빛으로
살아야 하는 뜻이 뚜렷한 생명
화분에라도 옮겨 심어 주면 안되겠냐
씨를 남기고자 피는 꽃이기에
(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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