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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나무들(Trees) - 조이스 킬머(Joyce Kilmer 1886~1918)[조선/ 2022-11-21]

설지선 2022. 11. 21. 09:14
      /일러스트=양진경



      나무들(Trees) - 조이스 킬머(Joyce Kilmer 1886~1918)



      한 그루 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나는 결코 볼 수 없을 거야.

      그 굶주린 입술은 대지의 가슴에서

      흐르는 달콤한 물을 재빨리 빨아들이지

      하루 종일 하느님을 쳐다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여름이면 자신의 머리 위에

      울새들의 둥지를 마련해주는 나무

      그 너그러운 가슴에 눈이 내려앉고

      빗방울과 친하게 지내는 나무

      시는 나 같은 바보들이나 만들지만,

      오직 하느님만이 나무를 만들 수 있지



‘시는 나 같은 바보들이나’를 읽으며 가슴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런 갑작스러운 통쾌함, 시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시에 등장하는 나무는 대지로부터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굶주린 입”과 팔, 머리(hair)와 가슴을 가진 여인으로 의인화되어 있다.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시와 신(자연)을 대비시켜, 신이 창조한 나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위대하며 너그러운 존재인지를 노래한 12행의 서정시.

거리에 울긋불긋 낙엽이 쏟아져 뒹구는 가을날, 킬머의 ‘나무들’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나무는 가로수였다. 길가에 나무를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서른두살 꽃다운 나이에 죽은 시인의 오월의 나무처럼 싱그러운 사진을 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주름이라곤 보이지 않는 통통한 이마, 총명한 얼굴, 자신을 확신하는 눈빛. 늙은 모습을 남기지 않은 시인.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영시 원문)

 

Trees

 

I think that I shall never see

A poem lovely as a tree.

A tree whose hungry mouth is prest

Against the earth’s sweet flowing breast;

A tree that looks at God all day,

And lifts her leafy arms to pray;

A tree that may in summer wear

A nest of robins in her hair;

Upon whose bosom snow has lain;

Who intimately lives with rain.

Poems are made by fools like me,

But only God can make a tree.

 

-Joyce Kilmer (1886~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