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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세아회 날 장난삼아(洗兒戲作) - 소동파 (蘇東坡·1037∼1101) [조선/ 2020-07--25]

설지선 2022. 7. 25. 08:52

[최영미의 어떤 시] 세아회 날 장난삼아(洗兒戲作) - 소동파 (蘇東坡·1037∼1101) [조선/ 2020-07--25]





세아회 날 장난삼아(洗兒戲作)- 소동파 (蘇東坡·1037∼1101)



남들은 다 자식이 총명하길 바라지만

이 몸은 총명으로 일생을 망쳤으니

오로지 아이가 어리석고 미련하여

무난하게 고관대작에 오르기만 바란다.

 

(류종목 옮김)



‘세아회(洗兒會)’는 아이가 태어난 지 사흘째 되는 날 혹은 한 달째 되는 날 아이의 몸을 씻어주고 잔치를 벌여 축복해주는 일. 호주지주(湖州知州)로 부임한 소동파(본명은 소식·蘇軾)가 황제에게 올린 보고서에 조정을 풍자하는 내용이 있다 하여, 왕안석이 이끄는 신법파에게 탄핵당한 소동파는 사형에 처해질 뻔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는 황주 해주 담주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조용히 살았다. 소식(蘇軾)이 넷째 아들 소둔(蘇遯)의 세아회 날 장난삼아 쓴 시를 읽으며 정약용이 생각났다. “높은 벼슬 한 사람 어리석기 마련이고/ 재주 있는 사람은 그 재주 펼 데 없네.”(정약용 ‘혼자 웃다’)

중국이나 조선이나 어쩜 이리 똑같은가.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화를 불렀다. 4행의 원문은 ‘無災無難到公卿(무재무난도공경)’으로, 어떤 재앙도 어떤 어려움도 없이 ‘공경’이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공경(公卿)은 삼공(三公)과 구경(九卿)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데, 자식이 벼슬아치가 되어 평탄하게 살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읽힌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洗兒戲作 (시 원문)

人皆養子望聰明

我彼聰明誤一生

惟願孩兒愚且魯

無災無難到公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