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여행(Le Voyage) -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 [조선/ 2021.10.11]
여행(Le Voyage) -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
지도와 판화를 사랑하는 어린이에게
우주는 그의 왕성한 욕망을 담는 그릇
아! 등잔불 속에 세계는 얼마나 광대한가!
추억의 눈에 세상은 얼마나 작은가!
어느 날 아침 우리는 떠난다,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원한과 쓰라린 욕망으로 가득 차,
그리고 우리는 간다, 물결을 따라 흘러
유한한 바다 위에 끝없는 마음을 흔들며
(중략)
그러나 참다운 여행자들은 떠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가벼운 마음으로 풍선처럼
주어진 숙명에서 결코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무작정 언제나 가자! 라고 말한다 (후략)
‘여행’은 아주 긴 시인데 1부의 일부만 소개한다. 플로베르가 칭찬했듯이 “대리석처럼 견고하고, 영국의 안개처럼 스며드는” 구절들. 어린아이는 지도를 보며, 미지의 세상을 그린 판화를 보며 호기심을 키운다.(21세기의 어린애들은 유튜브나 텔레비젼을 보며 세상을 알아가겠지요.) 2행을 직역하면 “우주는 그의 굉장한 허기의 크기”이다. 허기가 클수록 욕망이 커지고 우주도 커진다.
지도를 보며 상상했던 세계는 얼마나 컸던가. 어른이 되어 이곳저곳 가보고 나니 동양의 신비도 걷히고 바다에도 끝이 있다는 걸 파도에 흔들리며 그는 알게 된다. 세계의 크기는 상상력의 크기이다. 상상력과 지식을 대비시키며 보들레르는 여행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내 어릴 적 우상이었고, 내게는 유럽이 정복해야 할 무엇이었다. 파리행 비행기를 몇 번 탄 뒤에 내가 내린 결론. “왜 떠나려 해? 나도 모르겠어.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서)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 대표]
***
Le Voyage (시 원문의 1부)
A Maxime Du Camp.
I
Pour l’enfant, amoureux de cartes et d’estampes,
L’univers est égal à son vaste appétit.
Ah ! que le monde est grand à la clarté des lampes !
Aux yeux du souvenir que le monde est petit !
Un matin nous partons, le cerveau plein de flamme,
Le coeur gros de rancune et de désirs amers,
Et nous allons, suivant le rythme de la lame,
Berçant notre infini sur le fini des mers :
Les uns, joyeux de fuir une patrie infâme ;
D’autres, l’horreur de leurs berceaux, et quelques-uns,
Astrologues noyés dans les yeux d’une femme,
La Circé tyrannique aux dangereux parfums.
Pour n’être pas changés en bêtes, ils s’enivrent
D’espace et de lumière et de cieux embrasés ;
La glace qui les mord, les soleils qui les cuivrent,
Effacent lentement la marque des baisers.
Mais les vrais voyageurs sont ceux-là seuls qui partent
Pour partir, coeurs légers, semblables aux ballons,
De leur fatalité jamais ils ne s’écartent,
Et, sans savoir pourquoi, disent toujours : Allons !
Ceux-là dont les désirs ont la forme des nues,
Et qui rêvent, ainsi qu’un conscrit le canon,
De vastes voluptés, changeantes, inconnues,
Et dont l’esprit humain n’a jamais su le n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