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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봄과 가을: 어린아이에게 - 제러드 맨리 홉킨스 (1844∼1889) [조선/ 2021.09.27]

설지선 2021. 9. 27. 09:17

[최영미의 어떤 시] 봄과 가을: 어린아이에게 - 제러드 맨리 홉킨스 (1844∼1889) [조선/ 2021.09.27]



    /일러스트=양진경



     

    봄과 가을: 어린아이에게 - 제러드 맨리 홉킨스 (1844∼1889)



    마거릿, 너는 황금빛 숲에 잎들이

    떨어지는 걸 보고 슬픔에 잠겼니?

    나뭇잎들을, 인간의 일들처럼,

    순진한 생각으로 걱정하다니.

    아! 마음이 늙어감에 따라

    그런 광경들에 점점 냉담해지고

    창백한 숲의 세계가 한 잎 한 잎

    떨어져도 한숨 한번 짓지 않게 되지.

    그러나 너는 울며 그 이유를 알려 하겠지.

    그런데, 얘야, (슬픔의) 이름이야 어떻든

    슬픔의 원천은 다 똑같아.

    어떤 입도, 아니 어떤 정신도,

    표현하지 않았었지

    마음이 들었던 것, 유령이 짐작했던 것을:

    인간은 시들기 위해 태어났단다,

    네가 슬퍼하는 것도 마거릿, 너 자신이지.



아이에게 어떻게 상실을 가르칠 건가. 가을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제목으로 ‘autumn’이 아니라 ‘fall’을 선택했다. ‘fall’이 더 구체적이며, 떨어지는 잎을 통해 인간 영혼의 타락을 말하고픈 시의 의도에 적합하다. 원시 8행의 ‘leafmeal’은 사전에 없는, 시인이 만든 조어다. 하나씩을 뜻하는 ‘piecemeal’에서 유추해 ‘한 잎 한 잎’으로 번역했다. ‘황금빛 숲’은 타락을 모르는 유년의 낙원을 암시한다. 홉킨스는 예수회 신부였다. 44세에 장티푸스로 사망한 뒤 친구들이 그의 시들을 알리며 시대를 대표하는 독창적 목소리로 인정받았다.

태어나 시드는 게 인간의 운명”이라는 그리 놀랍지 않은 결론 뒤에 15행이 반전 드라마를 선사한다. 네가 슬퍼하는 것은 너 자신이라니! 말할 수 있는 슬픔은 슬픔이 아니다. 강원도의 어느 미술관에 제러드 홉킨스를 기념하는 조각물이 있다는데 거기나 가볼까. 예술을 보러 다닐 힘이 남아있을까.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Spring and Fall: To a young child (시 원문)

     

    Márgarét, áre you gríeving

    Over Goldengrove unleaving?

    Leáves like the things of man, you

    With your fresh thoughts care for, can you?

    Ah! ás the heart grows older

    It will come to such sights colder

    By and by, nor spare a sigh

    Though worlds of wanwood leafmeal lie;

    And yet you wíll weep and know why.

    Now no matter, child, the name:

    Sórrow’s spríngs áre the same.

    Nor mouth had, no nor mind, expressed

    What heart heard of, ghost guessed:

    It ís the blight man was born for,

    It is Margaret you mourn for.

     

    - Gerard Manley Hopkins (1844∼1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