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단 한 사람의 죽음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유 [조선/ 2020.10.28]
내가 죽음을 앞둔 아내에게 의지가 된 것처럼 그녀의 상냥함과 용기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를 도왔다. 아내는 우리의 지난날은 경이로웠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것을, 그 무엇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퇴색시킬 수 없으며 같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의 유대를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마르크 베르나르 ‘연인의 죽음’ 중에서
국민들이 자꾸 죽어간다. 북한군 총에 맞아 죽고 중국발 바이러스로 죽고 이젠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도 죽는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수가 단기간에 급속히 늘었는데도 질병관리청장은 별일 아니라며 접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노년층 사망이 많은 데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도 70세 이상 노인은 하루 평균 500명 이상 죽는다며 무슨 대수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
프랑스 작가 마르크 베르나르가 197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연인의 죽음’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다. 그는 수명이 두세 달밖에 남지 않은 늙고 병든 아내를 포기하지 않는다. 수십 년을 해로했지만 그들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 시작된다. 아내는 남편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2년을 더 살다 떠난다. 남편은 그제야 아무런 회한 없이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인다.
삶에서 가장 깊이, 크게 깨우치는 순간은 죽음을 앞두었을 때일지 모른다.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느끼고 일생을 정리하고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나눠야 한다.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든 죽음이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이고 슬픔이며 존중받아야 하는 삶의 마지막 과정이다.
누구도 영문 모르고 죽어서는 안 된다. 그런 죽음을 강요해서도,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국가가 있고 경찰이 있고 부검도 있는 것이다. 개인의 인생과 생명은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늙었든 젊었든, 잘났든 못났든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아들이고 딸이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부서와 수장이라면, 누구의 죽음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김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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