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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의 경제 돌직구] 코로나보다 위험한 포퓰리즘 바이러스 [조선/ 2020.04.06]

설지선 2020. 4. 6. 14:45

[이병태의 경제 돌직구] 코로나보다 위험한 포퓰리즘 바이러스 [조선/ 2020.04.06]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美 1960~70년대 기본소득 실험 '처참한 실패'- 실업기간↑ 이혼↑
코로나 충격·총선 겹치며 세상의 모든 좌파 정책들 쏟아져 나와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소주성 등으로 체력 약해진 우리 경제에 더 치명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글로벌 경제의 충격과 총선이 겹치면서 정치권의 선심 공세 경쟁이 뜨겁다. 재정이 큰 지자체들이 "재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정부도 소득 하위 70% 구간의 가계에 100만원의 현금을 주겠다고 한다. 여기에 일인당 60만원에서 100만원의 '국민기본소득제', 고소득자들의 급여 상한을 제한하겠다는 소위 '살찐 고양이법', 소득에 따라 벌과금을 차등화하겠다는 등 세상에 존재해왔던 모든 좌파적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기본소득, 미국에서 이미 실패 확인


우선 월 60만원 또는 100만원의 기본소득제는 연간 예산에 360조원에서 600조원의 초과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선거에 임하는 정치권의 무모함과 위험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천문학적 재정 부담에도, 일시적 재난 구호 지원금을 기본소득제로 포장하는 것은 그만큼 이것이 인기가 높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유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에선 정부 복지 프로그램의 통제와 관료주의를 피할 대안으로, 좌파들의 입장에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던 정책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제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결과, 해서는 안 되는 제도라는 것이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1960년대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존슨 대통령 시절에 일정한 소득에 미달하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현금을 지급해서 기본적 소득을 보장해주는 네거티브 소득제가 시도되었다. 이 제도에는 빈곤을 퇴치하고 복지 함정으로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과, 근로 의욕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했다. 1960년대 말부터 이 제도의 긍정적 증거를 채집하기 위한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사회정책 실험'이 실시됐다. 1968년에 시작해서 최종 중단된 1980년까지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집단을 실험군과 통제군으로 나눠 기본소득을 준 사람들과 주지 않은 그룹 간의 차이를 연구했다. 1968~1972년에는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의 대도시 인구를 대상으로, 1970~1972년에는 아이오와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시골을 대상으로, 그리고 1971~1978년에는 시애틀과 덴버에서 대규모 실험을 했고 100편이 넘는 논문이 쏟아졌다.



그 결과는 희망이 아니라 우려를 확인하는 처참한 실패로 나타났다. 기본소득을 받는 가장인 남편의 노동시간은 9%, 아내들은 무려 20%의 감소를 가져왔다. 청년들의 주간 노동시간은 43%, 결혼한 청년층은 33%를 감소시켜 결혼과 경제생활의 시작을 지연시켰다. 줄어든 노동시간을 교육 등 미래를 위한 자기 투자에 쓰지 않는 것도 밝혀졌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실업 상태에서 다음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기간도 남편들은 27%, 미혼 가장 여성들은 60%나 길어졌다. 기본소득을 받고 있는 백인 남성의 이혼은 대비군에 비해 36%, 뉴저지 실험에서 흑인 가정은 66%,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가정은 84% 더 높게 나타났다. 수혜자들이 기본소득 제공 기간이 3년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런 큰 행동의 변화를 보였다.


이번 정부의 재난 대책들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고 그 부작용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정부는 현재까지 재난의 구휼 대상이 누구인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마저 없는 주먹구구식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이 크지만 우리나라의 영향은 미국이나 유럽과 판이하다. 우선 우리나라는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여타의 선진국처럼 대규모 실업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지 않다. 다른 말로 하면 자영업, 여행, 항공 등 특수한 영역을 제외하고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을 기업들이 흡수하며 버티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기업이 한계에 도달하고 하도급 업체로 연쇄 부도 파급 효과가 날 경우에 쓸 자원을 재난과 무관한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들을 포함한 온 국민에게 미리 살포하는 것은 선거의 매표 행위로 의심받기에 족하다.


'경제적 사회주의'와 거리두기 절실


이번 바이러스 사태가 오기 이전에도 문재인 정부의 재정 건전성 포기는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빌미로 둑이 통째로 무너지는 양상이다. GDP 대비 세금의 비중은 2018년에 이미 미국과 스위스를 추월했으며, 2017년 대비 2018년의 경우 GDP 증가율 대비 세금 증가율의 격차에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 단연 1위다. 경제성장률에 비해 정부 세금이 급격하게 팽창 중이다. 정부의 중기 재정 운영 계획에 의하면 복지 분야 법정 지출의 증가는 연평균 8.9%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2% 이하)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무차별 복지에 대한 저항이 급속히 무너지고 시장경제의 근본을 무시하는 사회주의 정책들이 비 온 다음 날 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경쟁보다는 기득권 보호와 관치 경제로 일본 경제화의 길을 오래전부터 답습해온 구조적 문제에, 문 정부의 사회주의 실험으로 심한 기저 질환을 앓고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도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듯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또한 체력이 약한 경제에는 더 치명적이다. 우리가 지금 바이러스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한 것은 경제적 사회주의와 거리 두기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