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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맥가이버 칼처럼… 다양한 '생각 도구'가 있어야 좋은 삶

설지선 2018. 2. 10. 12:09

[Why] 맥가이버 칼처럼… 다양한 '생각 도구'가 있어야 좋은 삶 - 베른=박돈규 기자 [조선/ 2018.02.10]

베스트셀러 ‘불행 피하기 기술’을 쓴 롤프 도벨리가 스위스 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좋은 삶에 이를 수 있는 절대적인 한 가지 원칙이란 없다”며 “실생활에 요긴한 생각 도구들을 끌어모아 책에 담았다”고 했다.
▲ 베스트셀러 ‘불행 피하기 기술’을 쓴 롤프 도벨리가 스위스 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좋은 삶에 이를 수 있는 절대적인 한 가지 원칙이란 없다”며 “실생활에 요긴한 생각 도구들을 끌어모아 책에 담았다”고 했다. / 베른=설정란 사진작가
신작 '불행 피하기 기술' 펴낸
지식경영인 롤프 도벨리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런 메시지는 착각일 뿐 사회보장이나 분배로 불공평을 풀 수 없어


성공은 우연의 결과
출신과 환경이 좌우해 성공 클수록 겸허해져라


그냥 불행을 피하라
행복하려고 애쓰지 말고 절제할 때 삶이 풍성해져



'맥가이버 칼'로도 불리는 스위스 칼(Swiss Knife)은 다용도다. 가위, 줄, 송곳, 드라이버, 병따개…. 많게는 30여 가지 도구가 들어 있다.

지난달 4일 스위스 수도 베른. 시계탑 지트글로게(Zytglogge)로 유명한 이 도시에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렸다. 베스트셀러 '스마트한 생각들' '스마트한 선택들'의 저자 롤프 도벨리(52)는 주머니에서 스위스 칼을 꺼내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 삶도 이것과 마찬가지예요. 세상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사고방식이 담긴 툴박스(연장통)가 필요합니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지식경영인인 그가 신작 '불행 피하기 기술(The Art of the Good Life)'을 펴냈다. 좋은 삶을 위한 정신적 도구를 52가지로 정리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1위(논픽션)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3주 만에 2만 부가 팔렸다.

도벨리는 만나자마자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어릴 때 기숙하던 학교가 여기서 3㎞쯤 떨어져 있다"며 "유럽에서 조기 교육을 받은 그가 서구화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첫 질문은 북한 문제를 향했다.

―북한은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나라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마이너스다. 한국인에게 조언을 부탁한다면.

"북한은 당신이 통제할 수 없고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대상이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1945년부터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세계는 핵전쟁 위협 아래 놓여 있었다. 핵전쟁은 터지지 않았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세계를 위협하면서도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

"올림픽은 아무 의미도 없다. 역사를 보라.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올림픽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동시에 핵무기로 상대를 겁박했다."

―무엇을 좋은 삶으로 정의하나?

"신학자들은 '신(神)이 무엇인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무엇이 신이 아닌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삶이란 불행이 없는 상태다. 누가 당신에게 천만 달러를 준다고 치자. 삶에서 뭘 바꾸고 싶은가. 집? 자동차? 배우자?(웃음)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면 좋은 삶인 셈이다."

―이 책은 현대심리학, 스토아철학, 가치투자학 등 기둥이 세 가지다.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내면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장기적인 투자는 바람직하고 단기적인 투기는 피해야 한다. 나는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는다. 연금술을 생각해보라. 인류가 새로운 금덩어리를 만들 수 있을까?"

―책에 담은 52개의 도구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일곱 번째 도구인 '난소 복권(ovarian lottery)'이다. 과연 성공이 노력 때문일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런 실험을 제안한 적이 있다. '엄마 배 속에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 둘 다 동일한 지능에 열정을 지니고 있고 한 명은 미국에서, 다른 한 명은 방글라데시에서 성장하게 돼 있다고 치자. 당신이 그 쌍둥이 중 하나라면 미국에서 자라기 위해 미래의 수입 중 얼마를 내놓을 의향이 있나?' 사람들은 80% 정도 내겠다고 답했다. 출신과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성공의 몇 %가 노력 덕인가?

"1% 미만이다. 버핏은 달리기도 잘 못 하고 나무도 잘 못 탄다. 수천 년 전에 살았다면 동물의 먹잇감이 됐을 거다. 요컨대 우리는 성공이 클수록 떠벌리지 말아야 한다. 우연의 결과라는 점을 되새기며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신기술이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것 같지만 정반대라고 지적하며 쓴 '역생산성'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당신은 스마트 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시대에 뒤떨어지고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는 공포는 없나?

"이메일은 쓰지만 집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며 스마트폰 앱도 최소한만 사용한다. 내게 스마트폰은 공포물이고 소셜미디어는 시간 낭비다. 페이스북 친구가 500명이라고 해서 세계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나? 진짜 친구 10명이 있는 편이 낫다."

―스위스항공 산하 계열사에서 CEO를 역임했다.

"지시하고 책임져야 해 싫었고 내부 정치에도 약해 그만뒀다. 스스로 불행을 피한 셈이다."

―책에서 '나이 든 조종사와 과감한 조종사가 있다. 그러나 나이 들고 과감한 조종사는 없다'는 대목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좋은 삶은 대단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다. 하지 않고 절제할 때 삶이 풍성해진다. 버핏도 말했다. '사업에서 배운 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라고."

도벨리는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는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불쾌하겠지만 그게 진실"이라며 그가 덧붙였다. "불공평을 줄이지 말자는 게 아니다. 사회보장이나 분배로 풀 수 없다는 뜻이다. 인생은 어차피 불공평하다. 밭(일상)에 집중하라. 살면서 닥치는 일들은 당신이 선한지 악한지와는 별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