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완생 ― 윤효(1956∼ ) [동아/ 2017-05-26]
완생 ― 윤효(1956∼ )
그렇게 좋아하시던 홍시를 떠 넣어
드려도
게간장을 떠 넣어 드려도
가만히 고개 가로저으실 뿐,
그렇게 며칠,
또 며칠,
어린아이 네댓이면 들 수 있을 만큼
비우고 비워 내시더니
구십 생애를 비로소 내려놓으셨다.
― 완생(完生).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데 그 마지막 한 주가 이렇게 지나간다. 오월이 다 가고 나면 봄은 끝난다. 끝이라니 조금은 섭섭하다. 이 봄은 꽤 찬란하고 벅찼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을 바꿔보기로 한다. 오월은 끝이 아니라 봄이 완성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어떠할까. 이 같은 끝과 완성의 일치를 윤효 시인의 시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완생’이라는 작품이다. ‘생을 완성하다’라는 의미에서 제목이 ‘완생’인데, 사실 알고 보면 이 시는 성취나 기쁨을 노래한 시는 아니다. 그보다 훨씬 슬프고, 마음이 저릿저릿한 시다. 이 작품은 일종의 사모곡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쓴 시다.
방 한가운데에는 시인의 노모가 누워 계신다. 어머니는 지금 영영 떠날 채비를 하고 계시다. 아들은 그 곁에 무릎 꿇고 앉아 어머니의 입에 연신 곡기를 흘려 넣는다. 무엇을 드셔야 입맛이 도실까. 그렇게 좋아하시던 홍시를 구해 와도 드시질 못한다. 즐기시던 게간장을 발라 드려도 넘기시질 못한다. 어머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때가 되었다고 하시는데, 조금만 더 머무시라고 정성을 다하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어머님은 서서히 곡기를 끊고 몸 안을 깨끗이 비워내신다. 생전 내내 그러하셨듯 저 깔끔한 분은 가시는 길마저 정갈하다. 그렇게 어머니는 모든 준비를 끝내시고, 마침내 오랜 생애를 내려놓으셨다.
아들은 그 곁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모든 일을 지켜봤다. 슬프지 않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어머니가 애써 인생의 마지막을 곱게 정리했음을 알고 있다. 그 의미를 알기에 눈물과 오열을 거두어 인사로 배웅한다. ‘당신은, 끝난 것이 아니라 완성하신 겁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마지막 인사가 아름답게 단정하다. 어머님의 마음을 아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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