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급커버와 터위트 - 한현우·주말뉴스부장 [조선/ 2016.05.07]
[마감날 문득]서울 출신 후배가 마산 수산시장에 취재차 들러 상인 한 명에게 물었다. "시장 이름이 정확히 뭐예요?" "마산으시장요." "으시장이요?" "으가 아이고 으." "어가 아니고 으란 말이죠?" "으라니까…." 이런 질문을 몇 번 되풀이한 후배는 "마산으시장 상인 김모씨는…" 하고 기사를 써 보냈다. 그 기사를 마침 진주 출신 선배가 봤다. "어이, 으시장이 뭐고?" "저도 어시장인 것 같아 여러 번 물어봤는데 으시장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인마, 으시장을 으시장이라고 발음한다꼬 고대로 쓰마 우짜노? 으시장이 어딨노, 으시장이지." 기사는 제대로 나갔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연일 격파하던 때 밀양 출신 선배는 "허사비서라는 친구가 참 대단한 것 같다"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 선배의 허사비서론(論)을 들을 때면 인공지능 제작자 데미스 허사비스 말고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바둑을 두는 중국 기사 허사비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출신 후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에서 10문제 중 하나를 틀렸다. 분명히 교과서에는 '어머니'라고 쓰여 있었으나 선생님이 "으머니"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는 선생님의 발음을 굳게 믿고 '으머니'라고 썼다가 한 문제를 틀려 90점을 맞았다. 그 역시 스승을 똑 닮아 이 얘기가 나오면 "선생님 믿고 썼다가 한 문제를 털렸다"고 말한다. 후배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민주주으으 으으'를 배우고도 시험에서는 '민주주의의 의의'라고 정확히 썼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으'와 '어', '의'를 정확히 발음하지 못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글씨도 잘못 쓰는 경우 가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한 선배는 경상도 여행을 갔다가 도로가 급히 휘어진 곳에서 이렇게 쓰인 표지판을 봤다고 했다. '주의! 급커버.'
오늘 들은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부산 출신 선배가 밥 먹다가 말했다. "발음만 헷갈리는 게 아니라 쓰는 것도 헷갈려. 요즘 제일 헷갈리는 단어가 뭔지 알아? 터위트야, 터위트." 농담일 것이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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