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소스라치다 / 함민복(1962∼ ) [동아/ 2016-04-22]
소스라치다 ― 함민복(1962∼ )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도시에 살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오직 사람들인 것만 같다. 물론 살아 있고 움직이는 존재 중에는 반려동물도, 비둘기도, 곤충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도시의 주인은 딱 셋이다. 사람, 영상, 자동차. 이 상태는 편리하지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그 이유가 함민복 시인의 시에 잘 나와 있다.
시인은 단순하고 소박한 시를 쓴다. 어렵게 말하지도, 멋지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시인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즉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힘을 쏟지 않아도 되기에 깊게 읽힐 수 있고, 오래 기억될 수도 있다. 이런 시는 참 좋다.
어느 날 시인은 뱀을 보았고 그 뱀을 죽였다고 한다. 뱀은 무섭고 싫으니까 얼른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뱀을 죽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뱀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더 생각해보니, 내가 뱀을 무서워했던 것보다 뱀이 훨씬 더 많이 나를 무서워했을 것 같다. 결국 무서운 데다가 나쁜 존재는, 뱀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 생각이 확장되니 시인은 몹시 미안해졌다. 뱀만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지구의 생명체, 그뿐만 아니라 살아 있지 않은 것들도 사람이 무섭다. 손만 대면 캐가고, 쓰고, 없애고, 먹는 사람들이 참 많이 무섭다.
예전에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서양 사람들이 와서 땅을 팔라고 했을 때 인디언들은 그 제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공기와 대지와 시냇물과 햇빛을 우리가 소유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라고 대답했다. 함민복 시인의 시는 인디언의 지혜가 먼 나라 역사나 영화 속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누가 누구의 주인이고, 누구 하나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로서로,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너무 함부로 하지 말 일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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