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정당 해산 결정의 숨은 주역 고영주 변호사
"너무 당연하지만 너무 늦은 결정" - 최원규 기자 (조선/ 141219)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4차례의 해산 청원서가 제출됐다. 2004년 통진당의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을 상대로 국민행동본부가 제기한 게 처음이었고, 그 이후 2011년부터 작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해산 청원서가 제출됐다.
국민행동본부가 쓴 청원서가 ‘비분강개형’이었다면, 나머지 3차례 청원서는 통진당이 왜 위헌정당인가를 법률적 시각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밝힌 것이었다. 3차례 청원서는 법무부가 헌재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할 때 논리적 기반이 됐다. 좌파단체들이 “법무부가 청원서를 베꼈다”고 비난했을 정도였다. 그 청원서를 쓴 이가 고영주(65) 변호사다.
2006년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검사 생활 27년 중 20년을 공안분야에서 일한 베테랑 공안검사였다. 검사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적성을 밝혀냈고, 대검 공안기획관이었던 1997년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81년 부산지역 의식화 학습 사건인 이른바 ‘부림(釜林)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나섰던 사건이다. 고 변호사는 지금도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운동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겪다 사표를 던졌다. 당시 대외적으론 “후배 검사의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더 남아 있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에서 내가 유일한 비토 대상이었다”며 “염증을 느끼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퇴임 이후 그는 이른바 ‘애국 운동’에 뛰어 들었다. 처음엔 주로 보수단체들의 활동에 법률 자문을 하고, 활동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들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나섰다. 지난 11월엔 140여개 단체가 모여서 만든 통진당해산국민운동본부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당신이 시작했으니 끝을 맺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변 인사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그에게 이번 헌재의 결정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 늦은 결정”이라고 했다. “당연히 벌써 결정이 났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 고영주 변호사.
―헌재 결정을 어떻게 보나
“이번 해산 청구를 기각했다면 그건 법조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차례에 걸쳐 청원서를 쓰고, 요로를 통해 호소를 하기도 했다. 그랬는데도 안받아들여지다 이제 된 것이다. 헌재도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는데 이를 어겼다. 청원서를 낸 지 1년을 넘겨 이제 한 것인데, 너무 늦었다.”
―청원서를 직접 썼는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이어서 직접 했다. 통진당 강령은 북한의 대남적화혁명전략인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사사건건 북한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엄청난 국고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정당이란 외피를 벗거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
“정당해산 심판이 처음 있는 일이다. 위헌 정당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야 하는 것이다. 그럼 민주적 기본질서 내용이 뭐냐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념문제 국가보안법 문제도 들어가게 된다. 2011년만 해도 이걸 누가 도와줄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통진당이 북한 편 드는 걸 보면서 참을 수 없었다. 연구해보니 명백한 이념정당이었다. 그래서 직접 썼다.”
―그간 좌파단체로부터 공격도 받았을텐데.
“좌파단체가 나를 보고 극우보수, 보수꼴통이라고 했는데, 극우는 폭력을 써야 극우다. 극우 쓰레기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이건 그냥 욕이고,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일하니 종북세력들이 나를 주적으로 생각하는구나 하고 여겼다. 실망한다든지 움츠러들지 않았다. 더 분발하고 용기를 냈다. 종북세력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했다.”
―협박한 사람은 없었나.
“협박 전화를 건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녹음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끊더라.”
―굳이 정당 해산하지 말고 사상의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도록 하는 게 어떻느냐는 시각도 있는데.
“그건 위헌정당 해산제도 취지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종북세력들이 자기들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바이마르헌법(1919~33년)이 국민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선 가장 모범적이었다. 그런데 너무 국민 자유를 보장하다보니, 자유민주체제 보장할 장치 없어 합법적으로 나치 정권이 들어선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독일 헌재에서 방어적 민주주의 원리를 주창했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가 다양성 주창한다 해도 자유민주체제 자체를 파괴하는 걸 인정해선 안된다는 게 골자다. 이게 전세계 자유민주의 체제 헌법의 기본 원리다. 우리나라에 정당해산 제도가 헌법에 들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50년대 독일에서 정당해산을 할 때 5년 걸렸다. 우리는 너무 결정이 빠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독일에선 이를 테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같은 것이 없었다. 공산주의 활동을 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이념 자체가 공산주의 내세운다고 해서 정당을 해산시킨 것이다. 그런데 통진당은 북한 활동에 동조하고, 우리 기간시설 파괴도 모의했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오랜 기간 방치할 수 있나.”
―앞으로 통진당 세력이 정당 간판을 바꿔 활동할 거란 예측도 있는데.
“우리 법에 위헌 정당으로 해산되면 유사정당이나 대체정당을 만들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제 통진당은 정당 간판이 벗겨졌기 때문에 지금 같은 활동하면 바로 이적단체나 반국가단체가 된다. [최원규 기자/ 조선 프리미엄뉴슫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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