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체 행동 없어도 '위헌 정당' 해산한 독일 憲裁(헌재) - 박광작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조선/ 141208]
의도·경향으로 위헌성 판단… 일부가 헌법에 충성선언 해도 민주주의 파괴 의도하면 위헌
'대표인물' 행위도 판단 기준… 위헌활동 선제적 방어 위해 위헌정당 소속 의원도 제명
서독의 정당 위헌 결정 사례는 분단 및 위헌심판 제도의 유사성 때문에 우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 결정에 참고가 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이하 연방헌재)는 신나치 계열의 사회주의제국당(SRP)과 독일공산당(KPD)을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정당으로 판단해서 두 정당을 1952년과 1956년에 각각 해산시키고 대체조직의 설립 금지 결정을 내렸다.
독일 연방헌재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려는 목적과 활동은 독일형법의 내란죄(제81조)와는 별개이며 구체적인 행동을 감행하는 것이 위헌 요건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정당의 활동이 근본적으로, 지속적으로, 경향적으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목표를 지향하는 의도에 의해 정해지면 위헌정당이 된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이용하기 위해 정당의 강령이 겉으로는 온건하고, 또 정당 지도자들이 헌법에 대해 일부 충성선언을 했더라도 이러한 사실들은 정당의 진정한 목표에 대한 증거로 가치가 없다는 판단도 내렸다.
이렇게 볼 때 통합진보당의 강령 자체보다 그 당(黨)의 정치적인 전반적 경향성과 추종자들의 과거 활동, 공개되지 않는 내부 지침 및 교육자료 등을 통해서 그 위헌성이 확인될 수 있다. 이석기 의원은 '미 제국주의의 낡은 양당 질서라는 체계를 끊어뜨리고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대담한 혁명의 진출'을 통해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침해 또는 폐지할 것을 선동하는 인물이다. 독일 연방헌재는 정당의 사상적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exponent·명목적 대표가 아님)의 목표와 행위를 그 당의 위헌성을 나타내는 주요 근거로 보았다. 일탈 행위자가 국회의원이란 당의 주요 인물이라면 위헌정당으로 판단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정희 대표는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을 '동지'라고 부르며 연설도 했다. 이 대표는 이석기의 내란 선동을 정치적으로 방어해 왔으므로 이를 비호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석기를 제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차별화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통합진보당의 노선이 이석기의 위헌적 행태를 경향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독일 연방헌재는 정당 추종자들의 반(反)헌법적 행동에 대해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정당의 공격적 행동양식을 위헌성의 중요한 사실구성요소로 인정했다.
위헌 정당 소속 입법기관 의원의 자격 박탈 여부와 관련된 쟁점에서 독일 연방헌재는 모든 의회 의원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사회주의제국당 소속 연방하원 의원의 자격을 박탈했다. 독일 연방정부가 1951년 독일공산당에 대해 해산 청구를 제기했을 당시 독일공산당은 15명이나 되는 연방하원 의석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 정당의 위험성은 특히 높다고 평가되었다. 결정 당시에 독일공산당 소속 연방하원의원은 없었으므로 일부 주의회 의원만 자격을 박탈했다.
통합진보당 소속 현직 국회의원은 5명이다. '정당의 가장 기간(基幹)적인(the most fundamental)' 사상적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들, 즉 의회 의원들은 진정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는 장소에서 그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고, 의결이 있을 경우 그 정당의 이념을 효과적으로 반영시키고자 시도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헌 활동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 의회 의원 모두에 대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결정의 법리적 근거였다. 더 나아가 위헌정당 조직 및 재산의 해체뿐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위헌적 이념 자체를 추려서 뽑아내는 것이 헌법재판소 결정의 참뜻이라고 판단했다. 민주적 정당과 그 추종자들의 정치적 행태는 자유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항상 그 정당에서 느낄 수 있게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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