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의 힘' 읽은 학자, 함병춘
아웅산 테러로 51세 나이에 순국… 서거 30주기 맞아 추모학술대회
"유교전통서 민주 정신 찾은 선각자"
"인간의 제1차적 의무가 서양에서는 신(神)에 대한 복종인 것과는 달리, 한민족에 있어서는 다른 인간들, 즉 가까운 혈족, 친우, 혹은 동향인에 대한 정(情)이었다."(함병춘의 1969년 논문 '한국 정치사상')
함병춘(咸秉春·1932~1983·사진)은 국제법의 권위자로 연세대 교수를 지냈으며, 주미 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학자·정치가·외교가였다. 그는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미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50명의 명사(名士)에 꼽힌 인재였으나,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51세에 순국했다.
그의 서거 30주기를 맞아 추모학술대회가 열린다. 연세대 법학연구원(원장 김성수),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박찬웅),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공동 주최로 22일 오후 2~6시 연세대 광복관 별관에서 열리는 '함병춘의 삶과 학문―한국의 정치 전통과 법'이다. '한국의 민주주의·자본주의 정신을 유교 전통에서 찾은 선각자'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전통 사상과 한국의 발전'을 발표하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함 선생은 유대 기독교의 개인주의적 세계관과 유교의 인륜 중심 세계관의 차이를 명확히 분석, 왜 한국에서 교육열이 높은지를 밝혔다"고 말한다. 절대자인 신이 없는 유교 문화에서는 절대자의 자리를 자식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 "함 선생은 유교적 맥락에서 '나'의 존재를 영원으로 이어주는 방법은 '인간관계'였다고 봤다"고 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내가 남아→그들이 나의 존재와 의미를 재현해 준다면→나는 영원히 산다는 것이 유교 전통에서 나온 한국인의 의식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혈연·지연·학연과 같은 인간관계가 여전히 강력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발표문 '함병춘과 한·미 관계'에서 "함 교수는 1970년대 미·중 화해기에 중국에 접근해 균형을 잡으려 했고, 중·소·일과 비동맹 관계를 맺고 미국과 우호를 유지하는 '동북아 평화유지안'을 내놓는 등 국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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