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이념 아닌 생활" 해외선 자연스럽게 참여
정지섭 기자 (조선/ 110616)
이념·선거법 엮인 한국과는 상황 달라
토크쇼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톱스타들이다. 이에 맞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진영에서도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과 캘리포니아주지사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이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 대선에서 스타들이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2007년 말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오른쪽)가 버락 오바마 지지 모임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영국 역시 폴 매카트니(육식 반대), 밥 겔도프(기아문제) 등 가수와 영화배우들이 사회 이슈에 적극 개입하고 정치활동도 활발하다. 배우 글렌다 잭슨은 노동당에 입당해 하원의원 등을 지냈고, 코미디언 에디 이자드도 노동당의 열렬한 지지자로 유명하다.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고 시절부터 사회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정치 이슈에도 일찍 눈을 뜨게 되고 연예인들의 사회 이슈 개입이나 현실 정치 참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이브 몽탕과 알랭 들롱이 각각 좌·우파를 대표해 선거에서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던 일화도 유명하다. 주한 독일대사관 관계자는 "독일은 문화예술인들이 정치 이슈에 견해를 밝히거나 정치에 뛰어드는 일이 많지만 사민당에서 오래 활동한 소설가 귄터 그라스 정도를 제외하면 화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양한 가치를 표방한 정당들이 있고, 정치를 이념 도구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주의 전통이 깊은 외국일수록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논란을 빚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정치활동을 선진국과 동일한 잣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리의 공직선거법은 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에 연예·출판행위를 이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선거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쇄물이나 영상물의 배부·상영이 제한되고, 90일 전부터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임을 드러내는 저술·영화·연극 등의 광고도 규제를 받는다.
여기에 대중문화예술인은 '공인(公人)'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한 데다가 진보·보수 간 이념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관련 법규나 규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일단 '튀는 행동'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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