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데스크] 한복은 벗고 가길 / 정우상 외교팀장 (조선/ 110125)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간부들이 24일부터 28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미국 하원의 한·미 FTA 비준 표결을 앞두고 협상 결과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여론을 정확히 알리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한·미 FTA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있었다. 이번 방미(訪美)는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는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미 하원의 FTA 청문회를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들에게 '국익(國益)' 같은 거창한 말보다 사소한 부탁 하나가 있다.
강 의원은 미국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한복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바란다. 양복으로 갈아입든 또 다른 무슨 옷을 입든 상관할 바 아니다. 다만 한복은 입지 말아달라. 강 의원은 그동안 국회 폭력으로 인해 한복에 '폭력'의 이미지를 덧씌운 전력을 갖고 있다. 그를 비롯해 천안함 사건 와중에 방북(訪北)해 살인범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던 한상렬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복 세계화에 힘썼던 많은 사람의 애간장을 타게 해왔다.
한복업체 한스시즌투 한구현 대표는 "폭력시위 현장에 이른바 개량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 한복의 이미지가 폭력 이미지와 많이 겹치고 있다"며 "여기에 강 의원의 공중부양 사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은 강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 사무실에서 공중부양을 하거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을 향해 몸을 날리던 장면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됐다. 한 대표는 "한복을 입는 건 강 의원 자유지만, 제발 한복 입고 폭력행위는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 의원이 미국에서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미 FTA 반대한다"며 공중부양을 하면 어떻게 될까. 공중부양은커녕 사무실 집기를 드는 순간 바로 경찰에 끌려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강 의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한복이 낯선 외국인들 눈에는 강 의원이 아니라 '한복'이 난리 치다 끌려가는 것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강 의원이 촛불시위 때 광화문 한복판에 난무했던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 뚫려 죽는다"는 주장을 미국에서 할지 모르겠다. 무슨 소리를 하건 그의 자유이겠지만 제발 한복은 벗고 하라. '뇌 송송, 구멍 탁' 주장을 할 때 강 의원이 한복을 입고 있다면 한복에 '폭력'과 함께 '억지와 무지'라는 이미지가 추가될지 모른다. 한복은 그런 옷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왜 한복을 입고 다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민족주의' 이미지를 나타내려는 것인 모양이다. 그러나 오만한 중국엔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보면 민족주의도 아니다. 무슨 목적이 됐든 한복을 이용하려면 국내에서 하고, 밖에 나가선 한복 망신시키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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