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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조선/ 101127)

설지선 2010. 11. 27. 19:46
[김대중 칼럼]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 김대중 고문 (조선/ 101127)

 연평도에 대한 북한군(軍)의 무차별 공격은 우리를 오랜 위장평화의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아니, 깨어나게 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은 역설적으로 말해 우

 리가 유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안보체제가 총체적으로 부실했

 고, 우리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채 우리끼리의 싸움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 누가 김정일이라도 한 번쯤 한국을 건드려보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 정도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로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

 기까지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강토를 지키는 안보의 명제에 미숙하거

 나 소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에 젖어왔다. 천안함사건 때도 그랬

 지만 정치지도자들의 우왕좌왕, 갈팡질팡, 흐지부지, 책임회피하기는 우리의

 군 통수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절감케 했다.

 통수의 문제는 바로 군 자체의 문제로 연결된다. 천안함 피폭 때의 속수무책은 별개로 치고라도 우리 군의 기강은 가히 무장해제 수준이다. 불량 전투화, K-21 장갑차의 침몰, 링스헬기 불량정비, K-9자주포의 불량부동액 등 군 내부의 비리는 우리 군이 지금 건국 후 최악의 무기력 상태임을 말해주고 있다. 군 상급자의 존댓말 쓰기, 상관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희화적 상황은 한마디로 'X판'군대라는 오명을 낳고 있다.

상당수 좌파세력은 아예 김정일 편이다. 우리 민·군이 죽고 연평도가 불바다가 됐는데도 평화를 들먹이며 북의 포격이 우리 포격에 대한 대응이라거나 북한 쪽 민간인 포격 금지를 요구하는 정신 나간 종북주의자들이 그들의 우두머리다. 햇볕론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햇볕을 북한에 쪼인 것이 아니라 남쪽을 녹이는 데 더 효율적으로 써먹었다. 김정일집단에게 돈 갖다주고 시간 벌어주면서 남쪽의 '정신'을 해체시키는 데 더 기여했다. 이제 우리 내부의 종북좌파들은 누구도 겁내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만큼 노골적이다.

우파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좌파의 근본주의를 포퓰리즘쯤으로 잘못 알고 좌파의 포퓰리즘에 질세라 경쟁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우리 국방에 무슨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오로지 '복지·서민'에 올인한 것만은 분명하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천안함 피폭사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편이다. 여·야 공히 정치자금 뜯어내는 데 이골이 났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며 다음 선거의 당선에만 관심이 있는 '무개념 집단'―이것이 오늘날 정치권의 현주소다.

어떻게 하다가 세계의 막강군대―철통국방을 자랑해왔던 한국이 이런 안보무기력 또는 안보불감증에 빠지게 됐는지 우리는 이제라도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가 군을 그렇게 만들었고 군이 정치에 개입했다. 군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서 군은 본래의 길에서 벗어났다. 좌파가 그것을 지나칠 리 없다. 전교조 등 좌파 교육은 우리 군을 비하했고 통일저해세력으로 묘사했다. 군은 기피 언어가 됐고 국방과 안보는 '정치도구화'됐다.

일반인 사이에서도 군과 안보는 시니컬한 대상이 됐다. 한 작가가 "나라도 총 들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전쟁 부추기는 것이냐"는 조롱이 돌아왔다. 모병제가 채택돼서 자기 아들이 군대 안 갈 수 있다면 대신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중산층 이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확전 반대'가 20대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다는 어느 여론조사의 수치는 우리 국방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다.

북한의 공격에 분노하고 어떤 대응을 할지, 그것도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것은 공허한 패배주의적 푸념처럼 들린다. 우리 내부의 지도층, 정치권, 군의 문제를 거론하며 질타하는 것으로 시종하는 것도 소득 없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심각히 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헛된 위장 평화의 꿈에서 깨어나, 나와 내 이웃, 내 동포와 땅을 지키는 근본의 과제로 돌아와 대한민국 지키기의 정신을 모아가는 과제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있는 것이 건강하다. 건강한 좌파, 책임 있는 우파의 경쟁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동질감과 일체성을 해치는 극단적 친북·종북주의자들이 떵떵거리며 활개치는 사회는 용납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선양하고 우리가 잘났음을 자랑하기보다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이 최우선임을 일깨워야 한다. 우리의 교육구조, 사회의식 구조를 그렇게 만들어 나가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현 정권이 못한다면 다음 정권이라도 이 운동을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이끌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