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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설지선-가황자료실/남인수★가요일생

[스크랩] `나는 미친 개요`/설지선

설지선 2008. 3. 14. 09:50

...일제는 한국의 무대예술을 탄압할 당시 한국인 앞잡이를 이용했는데 그 중에 김해일이란 자가 무척 설쳐댔다고 한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고등계형사까지 된 사람으로 어지간한 예술가치고 그에게 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만큼 악질이었다.

그는 제법 귀족처럼 선상유흥을 좋아했지만 수영은 할 줄 몰랐다. 그것을 안 어느 악극단 단장이 그를 없애 버리려고 한강 보트놀이에 초대하였다. 보트에 탄 악극단일행은 모두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짜여졌고 악질 김해일만은 수영을 못했다. 강 가운데서 유흥이 깊었을 때 실수하는 척하며 한 사람이 물에 빠지고 그 사람을 건지는 척 한 쪽으로 몰려 보트를 뒤엎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수영을 쳐 나오는데 김해일 수영을 못해 죽게 되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다른 배가 달려와서 김해일을 살려 놓았다.

일본 통치가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던 김해일은 해방이 되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에 어디 숨어 살 수 있던가. 그는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여러 차례 주먹 세례를 받아야 했고 결국 누군가의 손에 의해 길가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가슴에는 "나는 미친개요"락 쓴 종이가 꽂혀 있었다 하고...무대예술사를 물들인 참담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위의 이야기는 한국가요정신사(김지평) P.377에 수록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남인수님도 예의 김해일 같은 일본의 밀정에 의해 평양에서 '인생출발'을 부른 것 때문에 일경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었습니다. 사실 이런 악질들은 이미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많이 숙청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족적 격동기에 살아 남기가 그리 쉽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미친개'를 두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진짜 미친개는 일정 때 관직이나 직급에 앞서 민족에게 위해를 가한 행적을 자세히 따져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사람을 억지 써서 친일파로 잡으면 그들은 민족사에 더 가증스런 미친개 신세로 되돌려 받지 말란 법 없습니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게 없으니까요.

 

*남인수팬클럽(050924)

출처 : 설지선의 옛노래방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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