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피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 のり子 1926-2006) [조선/ 2021.10.25] / 일러스트=김성규 피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 のり子 1926-2006) 이라크의 가수가 노래 불렀다 열렬히 허리를 비틀어 가며 “사담에게 이 피를 바치자 사담에게 이 생명을 바치리” 어딘지 귀에 익은 노래 45년 전 우리도 불렀다 독일 어린이들도 불렀다 지도자의 이름을 걸고 피를 바치자 따위의 노래를 부를 땐 변변한 일은 없는 법 피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써야 하는 것 굳이 바치고 싶다면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쓰는 것이야말로 (성혜경 옮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쓸 피가 내게 남아 있나? ‘변변한’이라는 형용사가 절묘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가 생각났다. “과거에 종교나 사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