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 서정주(1915~200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송창식의 노래로 유명한 시. 아예 노래를 만들라고 지은 시 같다. 4행의 ‘초록이 지쳐’와 3행의 ‘저기 저기 저’는 똑같이 5음절. 가을 꽃 자리를 가리키려면 ‘저기 저’로 충분한데, ‘저기’를 한번 더 반복해 뒤에 오는 행과 운율이 완벽해졌다. 여고 시절 나의 애송시를 손으로 베껴 쓰다 “가을 꽃 자리” 뒤에 ‘초록이 짙어’를 입력하고는 아차! 내 기억의 잘못을 발견했다. ‘짙어’가 아니라 ‘지쳐’가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