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크레이지 배가본드 -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조선/ 2021.10.18] /일러스트=김성규 크레이지 배가본드 -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오늘의 바람은 가고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잘 가거라 오늘은 너무 시시하다. 뒷시궁창 쥐새끼 소리같이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2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담배를 빤다.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물을 마신다. 누군가 앉았다 간 자리 우물가, 꽁초 토막… 나는 그에 대해 애증이 있다. 이 시인은 시를 잘 쓰고픈 욕심도 없었던 걸까. 다른 욕심, 돈이라든가 집이라든가 사랑 따위 세속적 욕심은 없어도 시인이라면 시에 대한 욕심은 있었을 텐데, 그의 어떤 시들은 너무 쉽게 쓰인 듯 보인다. ‘크레이지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