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의 시 - 최지인(1990∼ ) 인간의 공포가 세계를 떠돌고 있다 알 수 있는 사실 비슷한 모양의 빌딩이 줄지어 서 있다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 단지 비슷한 모양의 마음 성내고 있다 사소한 것들 두 손 가득 쓰레기봉투 계단 내려가다 우수수 쏟아지는 냄새나는 것들 주저앉아 도망쳐버릴까 생각했었다. … 문 앞에 놓인 허물 끝없이 허물 시집의 네 페이지에 걸쳐 있는 긴 시를, 이렇게 조금만 소개하게 된 점을 독자와 시인에게 사과드린다. 이 작품에는 시대를 한창 걸어 나가야 하는 자의 불안이 가득 담겨 있는데 전체를 읽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전문을 다 읽어도 타인의 심정을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9월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의 시절이 수상하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