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극한 직업 -김춘추(1944∼ ) 삼짇날부터 쭉, 초가 제비집 옆에 새끼를 밴 어미거미 베틀에 앉았다 북도 씨줄도 없이 한국인에게 제비는 낯설지 않다. 제비를 본 적도 없는 어린애들도 이 새를 안다. 심지어 좋아한다. 이게 다 ‘흥부와 놀부’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제비는 은혜와 원한이 확실할 정도로 똑똑하고 사람을 부자로 만들 정도로 능력이 있다. 이야기 바깥의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적으로 제비는 삼짇날에 찾아와 중양절에 떠난다고 해서 영험한 새라고들 말한다. 이 시 맨 앞에는 떡하니 ‘삼짇날’이라는 단어가 놓여 있다. 이 강력한 단어는 제비가 돌아오는 날을 연상하게 만드니까 우리는 주인공이 제비인가 잠시 헷갈린다. 그런데 주인공은 따로 있다. 제비집 옆에 사는 거미가 바로 시의 진짜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