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청포도 - 이육사(李陸史·1905~1944) [조선/ 2022-07-11] 청포도 - 이육사(李陸史·1905~1944)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가 맛있는 7월에 생각나는 시. 3행의 ‘주저리주저리’라는 우리말 의태어, 하늘(빛)이 포도 알에 들어와 박힌다는 표현이 멋지다. 하늘, 푸른 바다, 흰 돛 단 배, 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