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절규 - 박영근 (1958~2006) [조선/ 2022-04-04] 절규 - 박영근 (1958~2006) 저렇게 떨어지는 노을이 시뻘건 피라면 너는 믿을 수 있을까 네가 늘 걷던 길이 어느 날 검은 폭풍 속에 소용돌이쳐 네 집과 누이들과 어머니를 휘감아버린다면 너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네가 내지르는 비명을 어둠 속에 혼자서 네가 듣는다면 아, 푸른 하늘은 어디에 있을까 작은 새의 둥지도 (원시와 다르게 행을 배열함) 박영근 시인의 유고 시집에 실린 ‘절규’는 화가 뭉크(Munch)의 그림 ‘비명’에서 영감을 얻어 쓴 시다. ‘비명’의 탄생 배경에 대해 뭉크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도시와 피요르드 해안 사이에 펼쳐진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피곤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