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저녁이면 돌들이 ― 박미란(1964∼) [동아/ 2022-01-15] 저녁이면 돌들이 ― 박미란(1964∼) 저녁이면 돌들이 서로를 품고 잤다 저만큼 굴러 나가면 그림자가 그림자를 이어주었다 떨어져 있어도 떨어진 게 아니었다 간혹, 조그맣게 슬픔을 밀고 나온 어린 돌의 이마가 펄펄 끓었다 잘 마르지 않는 눈빛과 탱자나무 소식은 묻지 않기로 했다 “저녁이면 돌들이 서로를 품고 잤다.” 첫 구절만으로도 이 시에 대해서는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맛집에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 법이다. 저녁에 서로를 품고 자는 돌들이라니. 이 말을 들은 순간 우리는 그것들을 본 적도 없으면서 이미 본 듯도 하다. 사실 우리는 저 돌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궁금하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