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원동시편·9 ― 간이역 - 고영조(1946∼) [동아/ 2022-04-02] 원동시편·9 ― 간이역 - 고영조(1946∼) 작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작은 것은 몸으로 봅니다. 내 몸이 머무는 곳에 보랏빛 제비꽃은 피어 있습니다. 언덕 아래 몸을 숨기고 원동역은 아득히 그곳에 있습니다. 원동역은 원동마을에 있다. 간이역이라고 하니 교통의 요충지는 아니다. 간이역을 품고 있는 원동마을도 번화한 곳은 아닐 것이다.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은 그곳을 아름답다고 평한다. 특히 봄이면 매화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람들과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는 이 시에 없다. 이 시인은 매화가 아니라 원동역 그 자체를 보고 있다. 매화가 피든, 피지 않든 시인에게 원동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