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씨앗이니 - 정현종 세속의 기준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러한 때의 고요, 세상과 절연한 듯한 그 고요 속에 마음은 오랜 병에서 회복되는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고요로 붐비는 회복, 고요로 광활하여 회복되는 마음…… 그 마음 실로 만능이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 민감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느니. (정현종 시집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요즘 방식의 고요 늦은 퇴근길. 버스에 앉아 피곤을 견디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가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조용한 버스 안에 천둥만 한 소리가 울려 잠은 싹 달아나고, 무색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돌아보는 이가 없었다. 고마운 사람들이네. 모른 척해주는구나. 지레짐작하다가 유심히 지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저마다 귀에 꽂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