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약속 (Promise) - 재키 케이 (Jackie Kay 1961~) [조선/ 2022-01-03] 일러스트=양진경 약속 (Promise) - 재키 케이 (Jackie Kay 1961~) 기억하라, 한 해의 이맘때 미래는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지(白紙)처럼 보이고 깨끗한 달력, 새로운 기회. 두텁게 쌓인 하얀 눈 위에 너는 새로운 발자국을 맹세한다 그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 그것들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지 너의 잔을 채우고, 한잔 마셔라 약속들은 부서지고, 지켜지라고 만들어졌지 약속은 깨어지라고 존재하는 것? 상식을 뒤집는 결구가 왜 이리 시원한지. 따뜻한 바람이 불어 한순간 녹아내리는 눈덩이처럼 허망하게 부서지더라도 약속은 계속되어야 한다. 약속이라는 말이 이처럼 무겁게 반짝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