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시계추를 쳐다보며 - 김일엽(金一葉·1896~1971) [조선/ 2022-06-13] 시계추를 쳐다보며 - 김일엽(金一葉·1896~1971) 밤이나 낮이나 한결같이 왔다 갔다 갔다 왔다 언제나 그것만 되풀이하는 시계추의 생활은 얼마나 심심할꼬 가는가 하면 오고 오는가 하면 가서 언제나 그 자리언만 긴장한 표정으로 평생을 쉬지 않고 하닥하닥 걸음만 걷고있는 시계추의 생활을 나는 나는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나 역시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닌 그저 그 세월 안에서 세월이 간다고 간다고 감각되어 과거니 현재니 구별을 해가면서 날마다 날마다 늙어가는 인생이 아닌가 늙고는 죽고, 죽고는 나고, 나고는 또 늙는 영원한 길손여객이 아니런가 벽시계를 보며 이런 상념을 이끌어 내다니. 언어의 밀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