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새의 길 - 위선환(1941∼) [동아/ 2021-11-13] 새의 길 - 위선환(1941~) 새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 어떻게 눈 덮인 들녘을 건너가는지 놀빛 속으로 뚫고 들어가는지 짐작했겠지만 공중에서 거침이 없는 새는 오직 날 뿐 따로 길을 내지 않는다 엉뚱하게도 인적 끊긴 들길을 오래 걸은 눈자위가 마른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서 저만치 빈 공중의 너머에 걸려 있는 날갯깃도 몇 개 떨어져 있는 새의 길을 가리켜 보이지만 새는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새를 부러워한다. 부럽다는 감정은 나에게 없는 것,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이 가지고 있을 때 생겨난다. 돈도 없고 차도 없는 새가 부러울 이유가 있을까. 있다. 새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다. 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