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새 봄의 기도 -박희진(1931∼2015) [동아/ 2022-04-09] 새봄의 기도 - 박희진(1931∼2015) 이 봄엔 풀리게 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 소리, 물 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그리고 죽음의 못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옵소서. 이 작품은 ‘봄’ 더하기 ‘기도’의 작품이다. 기도가 등장한대서 꼭 기독교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기도는 모두의 것이고 만고의 것이다. 불교도였던 시인 한용운도 기도를 아주 잘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