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삶이라는 도서관 - 송경동 [문화/ 2022-05-11]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송경동 ‘삶이라는 도서관'(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서점 구석구석을 살피는 사람이 있다. 스무 살쯤 됐을까. 보통은 지나치고 마는 구석구석까지 구경하고 있으니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주저하다가 내가 있는 카운터로 와 묻는다. “책을 읽어봐도 되나요?” 나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문답을 주고받은 다음에야 알아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