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사람 지나간 발자국 ― 이경림(1947∼) [동아/ 2021-10-30] 사람 지나간 발자국 ― 이경림(1947∼) 아름다워라 나 문득 눈길 머물러 그것의 고요한 소리 보네 누군가가 슬쩍 밟고 갔을 저 허리 잘록한 소리 한참 살다 떠난 부뚜막 같은 다 저문 저녁 같은 사랑시에서 고독은 좋지 않은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마주 보는 둘이 있어야 하니까, 홀로 있는 고독이 좋을 리 없다. 고독한 연인은 이별 앞의 연인이다. 혼자서 하는 사랑은 슬픈 사랑이다. 그렇지만 사랑시를 제외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시와 고독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짝꿍이었다. 슈타이거라는 이론가가 정리하기를, 서정시는 대체로 고독의 공간을 다룬다고 했다. 혼자 고요히 앉아, 삶과 세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