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당신의 등 - 김수우 [문화/ 2021-11-24] 당신의 등 - 김수우 당신의 등에 숲이 있다 수백년 잠들었던, 수천년 깨어나던, 수억년 서성이던 기슭이 우거져 있다 낙엽송 갈잎 사이로 사물사물 길이 흐르고 바큇자국 선명하다 바람이 엉겨 자란 고요, 잎새 하나 흔들린다 지구 저쪽까지 번져가는 적막, 거기서부터 무당벌레를 닮은 무극(無極)이다 -김수우 ‘등짝’(시집 ‘뿌리주의자’) 나는 등에 약하다. 헤어질 때, 먼저 돌아서는 까닭이다. 이따금 방심하여 친구나 가족의 등을 보게 되면, 여지없이 나는 그를 불러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불러놓고 할 말이 없으니까, 손을 흔들어준다. 그러곤 먼저 등을 돌린다. 그의 등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안타까움에 울컥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등에는 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