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휘경의 시:선] 놓치는 일 - 강기원 [문화/ 2021-12-08] 놓치는 일 불화다 나와 손 손과 사물의 잡았던 것을, 그리 여긴 것을 자꾸 놓친다 물컵, 약병, 펜, 식칼, 약속, 초심, 다짐…… 그리고 당신 미끄러져 깨지고, 불가해지고, 뒤틀리고, 더럽혀지고, 핏줄을 끊고…… 더러는 아예 사라진다 지문이 점점 무늬를 잃어 가는 동안, - 강기원 ‘스르륵’(시집 ‘다만 보라를 듣다’) 내겐 오래된 징크스가 하나 있다. 큰일을 하나 끝내고 나면 무엇이든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리는 것이다. 딴 데 정신이 팔려서겠지, 아니면 긴장이 풀려서거나. 하여간 그런 일은 ‘기어코’ 벌어지고 만다. 불쾌함도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나는 고작 그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리며 쉽게 체념한다. 어쩌겠어. 잔뜩 성질을 부려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