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이 오면 - 심언주 내려다보면 발 아래서 누군가의 머리가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발이 차곡차곡 쌓여 꿈틀거립니다 11월은 나 혼자 쌓은 것이 아니어서 단풍을 따라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계단 혼자서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심언주 시집 ‘처음인 양') 나선계단 내가 운영하는 서점은 나선계단 위에 있다. 서점에 닿거나 떠나려면 이 나선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이 방법뿐이어서 나는, 하루에 수십 번씩 오르내린다. 책 꾸러미들을 나르거나 화장실에 오갈 때, 누군가를 마중하거나 배웅해야 할 때 빙글빙글 돌며 삐걱삐걱 소리 내면서 오르내리는 나선계단. 이 나선계단을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흔치 않은 모양과 형식 때문일 것이다. 이 작은 서점의 상징물이 된 계단을 가장 사랑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에너지 넘치는 그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