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1964∼ ) [동아/ 2022-07-30]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1964∼ )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자라투스트라는 우리에게 엄청나게 많은 아포리즘을 남겼는데 “제때 죽어라”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제때 죽는다는 것은 할 일을 다 하고 인생을 완수하는 것을 말한다. 성공적인 인생의 최종적인 조건인 셈이다. 이렇듯 제때 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