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둔다 - 이성선(1941∼2001) 마당의 잡초도 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산 능선도 그냥 둔다.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선생이라는 직업이 점차 사라져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줄어들고 인터넷과 녹화방송이 있으니까 이제 선생은 많이 필요 없을 거라고들 한다. 그 말을 들은 선생은 좀 서글프다. 너희는 멸종될 거야, 이런 말을 듣는 심정이다. 선생에게 학생은 매우 소중한데 학생에게 선생은 그만큼 소중하지 않다. 학생들은 하나의 수업만 열심히 들을 수도 없는 처지다. 그들은 선생보다 바쁘고, 막막하고, 피곤하다. 우리 반에서 가장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발표하던 한 학생은 아파서 결석을 하더니 오늘은 누렇게 뜬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