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歎貧)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안빈낙도(安貧樂道)하리라 작정했지만 막상에 가난하니 그게 안 되네 마누라 한숨 소리에 낯빛을 잃고 굶주리는 자식에게 엄한 교육 못하겠네 꽃과 나무 모두 다 생기를 잃고 책 읽어도 글을 써도 시들하기만 부잣집 담 밑에 쌓인 곡식은 들 사람들 보기에 좋을 뿐이네 (송재소 옮김) 7행의 “부잣집 담 밑에 쌓인” 곡식은 한시 원문에 의하면 ‘보리(麥)’다. 쌀이라면 모를까 보리를 부러워했다니. 다산의 어려운 처지와 당시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난(歎貧)’을 쓰기 1년 전인 1794년에 다산은 경기 암행어사가 되어 연천 지방을 순찰하며 굶주린 백성들을 많이 보았다. 1801년 강진으로 유배 가기 전에 작은 벼슬을 했지만 청렴한 그의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