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00〉혹등고래 ― 정채원(1951∼) [동아/ 2021-06-19] 혹등고래 ― 정채원(1951∼) 이따금 몸을 반 이상 물 밖으로 솟구친다 새끼를 낳으러 육천오백 킬로를 헤엄쳐온 어미 고래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 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 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그 혹등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그것도 더 크면 알게 되겠지 어미는 새끼에 젖을 물린 채 열대 바다를 헤엄친다 그런 걸 알게 될 때쯤 새끼는 극지의 얼음 바다를 홀로 헤엄치며 어쩌다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도 있겠지 혹등고래는 멀리에 있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시를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저 고래는 우리 동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