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품위 없이 다정한 시대에서 ― 김소형(1984∼ ) [동아/ 2020-10-17] 품위 없이 다정한 시대에서 ― 김소형(1984∼ ) 창과 빛이 있으면 시를 쓸 수 있지 저 창에 쏟아지는 빛으로 질서를 말할 수 있고 문 두드리고 들어오는 빛으로 환대를 말할 수 있고 나의 몸을 떠난 채 등 돌리고 있는 신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어떤 날에는 창으로 들어온 바람에게 말을 걸 수 있고 그 한마디에 길게 심장이 열릴 수도 있고 열린 심장에서 흰말부리가 지저귈 수 있고 그 지저귐을 들은 벌새가 날아와 삶을 위로할 수 있고 장밋빛 눈물을 물어올 수 있다 눈 없는 나의 발이 그런 눈물을 흘릴 수 있지 그러나 그 창과 빛 아래서 신을 찾는 네가 신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건 신만이 아시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