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추운 사랑 ― 김승희(1952∼ ) [동아/ 2020-11-21] 추운 사랑 ― 김승희(1952∼ ) 아비는 산에 묻고 내 아기 맘에 묻네, 묻어서 세상은 재가 되었네, 태양의 전설은 사라져가고 전설이 사라져갈 때 재의 영(靈)이 이윽고 입을 열었네 아아 추워-라고, 아아 추워서 아무래도 우리는 달려야 하나, 만물이 태어나기 그 전날까지 아무래도 우리는 달려가야 하나, 아비는 산에 묻고 내 아기 맘에 묻어 사랑은 그냥 춥고 천지는 문득 빙하천지네…… 시를 왜 읽을까.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읽는 건 분명 아니다. 현대시의 주류는 송가(頌歌)나 풍월(風月)은 아니다. 읽다 보면 오히려 아픈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쟁이라든가 분단, 5월의 광주가 나오는 시들 앞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