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이브의 딸(A Daughter Of Eve) - 크리스티나 로제티(1830∼1894) [조선/ 2021.05.03] 이브의 딸 - 크리스티나 로제티(1830∼1894) 한낮에 잠들어, 으스스한 밤에 쓸쓸하고 차가운 달빛 아래 깨어난 나는 바보였네. 내 장미를 너무 일찍 꺾어버린, 내 백합을 덥석 부러뜨린 바보. 내 작은 정원을 지키지 못했네 시들어 완전히 버려지고서야, 한번도 울어본 적 없는 듯 우네 오 잠들었을 때는 여름이었는데 깨어나 보니 겨울이네. 미래의 봄과 햇살 따사로운 즐거운 내일을 얘기한들 뭣하리- 희망이며 이것저것 다 사라져, 웃지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슬픔에 잠겨 나 홀로 앉아있네. 이보다 슬픈 시를 본 적이 없다. ‘이브의 딸’ 제목부터 기막히다. 자신을 가두..